
이국의 한 호텔 근처에서 마사지 받는다. 길가 창문이 활짝 열린 카페에서 음악 소리가 들린다. 서양 사람들만 가득한 자리다. 커피를 마시는 사람, 맥주 한 병 놓고 좌석에 앉은 사람, 모두 음악의 음률에 취해있다. 라오스 전통악기 캔의 흥겨운 연주가 한창이다. 중간에 트럼펫도 가세하고 하모니카, 기타도 연주한다. 창가 탁자에 앉아 맥주 두 병을 시키니 땅콩 안주가 무료다. 우리 돈으로 4000원쯤 됐을까. 횡재를 만난 기분이다. 재즈 음악이 홀 안을 이끈다. 라오스의 밤은 그렇게 시작됐다.
오전에 라오스와 접경지역인 태국 북동부 이싼지역 우돈타니에서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었다. 라오스를 혼자 자주 여행한다는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유튜버 덕분에 매표소를 쉽게 찾았다. 라오스에서는 택시를 탈 때 그랩(Grab)보다는 인드라이브(InDrive)앱을 쓴다는 친절한 멘트도 그는 잊지 않는다. 버스 승강장에서 80바트(3000원)에 표를 끊고 차를 탔다. 중간에 출입국 수속과 라오스 입국비용 20바트(80원)를 내고 1시간 반 정도 걸려 메콩강을 건너 라오스 비엔티안으로 왔다.
안개와 구름이 산을 적시며 흘러
라오스 지도를 보면 북쪽으로는 중국, 북동쪽과 동쪽으로는 베트남, 남쪽으로는 캄보디아, 서쪽으로는 태국, 북서쪽으로는 미얀마와 국경을 이룬다. 메콩강이 미얀마와의 국경을 이루고 있으며, 태국과의 국경 대부분도 메콩강을 경계로 한다. 사방이 다른 국가에 막히고 바다도 없는 내륙 한가운데 끼어 있는 세계의 가난한 나라에 속하는 라오스. 한반도 크기의 땅에 인구는 800만 명이 안 되는 국가다.
동고서저 지형이다. 동쪽은 안남산맥이고 서쪽의 메콩강을 중심으로 도시가 발달해 있다. 프랑스의 통치를 받았던 라오스에서는 서양문화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있다. 도시마다 서양 여행객들이 많다. 전 세계 배낭 여행객들로 북적이지만 교통망이 발달해 있지 않아 비엔티안을 거치지 않고서는 여행이 쉽지 않다.
비엔티안은 100만 명 정도가 살고 있는 라오스의 수도로 여행의 관문 역할을 한다. 라오스에는 비포장도로가 많아 여행에 불편이 따르기도 한다. 산악국가라는 청정지역에서 때론 먼지로 몸살을 앓기도 한다. 값이 싼 썽태우로 이동할 때는 더 그렇다. 그래도 차창 없는 썽태우를 타고 이동할 때 오토바이를 탄 순박한 여학생들의 천진난만한 웃음을 만나면 마음이 따뜻해진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는 중국 자본으로 고속도로를 깔았다.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으로 고속도로가 나고 철로가 만들어져 주요 관광객의 운송 수단으로 이용된다. 기차는 시속 160km로 달리는 고속기차다. 3열 시트로 안락하고 자리 간격이 넓어 우리나라의 KTX보다 편안한 느낌이다. 기차표는 현지에서 살 수 없으며 3일 전에 특정 사이트에서 예약해야 한다.
비엔티안에서 방비엥까지 1시간, 다시 루앙푸라방까지 1시간이 걸린다. 보통 루앙푸라방까지 기차를 타고 가서 방비엥-비엔티안으로 되돌아온다. 우리는 예약한 기차 편을 이용해 방비엥을 거쳐 루앙푸르방으로 가는 일정이다.
아침에 일어나 호텔 테라스로 나가니 바로 앞으로 강이 흐르고 안개와 구름이 산을 휘돈다. 산은 계림의 산처럼 우뚝 서 있고 구름은 능선에 걸쳐있다. 하늘에는 커다란 색색의 열기구들이 아침 일출 풍경을 보기 위해 둥둥 떠다닌다. 그 모습에 정신이 번쩍 든다. 안개와 구름이 산을 적시며 유유히 흐르는 남송강(Nam Song River)은 호텔 수영장과 접해있어 붉게 피어있는 꽃들로 아침을 맞는다.
방비엥은 메콩강 동쪽의 산악지다. 카르스트지형인 석회암층이 만들어 낸 직벽의 산들이 곡선의 협곡과 강, 동굴과 만난다. 배낭족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카약과 동굴탐험, 트레킹 등 여행 산업이 발달해 있어 액티브한 여행자들의 발길을 잡는다. 자연이 수려해 시내에서 조금만 강을 따라 나가면 자연의 순수한 풍경들에 마음을 뺏긴다.
어젯밤에 저녁을 먹고 시내에서 예약했던 현지 가이드가 썽태우를 몰고 아침에 호텔로 왔다. 시내에서 15분 떨어진 길을 먼지를 날리며 달린다. 두 달 전에 노르웨이에서 왔다는 부부가 트레킹에 동참한다. 기약 없이 혼자 여행한다는 대만의 컴퓨터 프로그래머 청년, 태국에서 혼자 온 씩씩한 아가씨가 차에 합류한다.

튜브 타고 동굴 들어가 탐험 즐겨
오전에 물이 흐르는 동굴에 튜브를 타고 들어가 동굴탐험을 즐겼다. 이후 젖은 옷을 갈아입고 강가에서 식사했다. 아침부터 차가운 물에 몸을 적시지만 이곳 12월 낮 기온이 28℃니 그래도 참을만하다. 따뜻한 커피 한잔을 마시니 햇살은 푸른 암벽을 적시고 인적없는 강가와 협곡의 오솔길 그 어디론가 걷고 싶어진다.
썽태우에 올라타 강변 쪽으로 다시 가니 이번에는 카약이란다. 그래도 국내에서 두 번쯤 타본 카약도 재미있겠다 싶다. 잔잔한 강물이 협곡으로 흐르고 물살이 잔잔히 소용돌이치는 여울에는 암반이 물속에 숨어 있다. 배가 충돌할까 싶어 앞에서 노를 저어 피해 본다. 그래도 노련한 가이드가 한 명씩 후미에 타고 있어 안심이다. 가이드 없는 배에 탔던 두 명은 도중에 물속에 빠졌단다. 소용돌이치는 여울 속에는 물속 암반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상식을 몰랐으니 그랬을 것이다.

강을 따라 5km 정도를 저어가니 팔이 뻐근하다. 석양을 보러 이번에는 롱테일보트를 신청했다. 동력으로 달리는 보트가 강의 끝자락까지 간다. 기암의 풍경들이 가까워지고 다시 멀어지며 숲과 들판을 지나 달린다. 기암의 꼭대기에서 보는 풍경들은 어떨까. 산의 뷰포인트에 올라 기이한 형상의 산 풍광을 내일은 봐야겠다.
북소리와 사람들의 웅성거림에 잠에서 깼다. 루앙푸라방은 고대 도시다. 인구의 5분의 4가 불교인이라는 라오스의 종교 도시이자 순례지다. 라오스는 공산국가이지만 불교를 국교로 정했다. 1353년부터 란상 왕국의 수도였는데 1356년 스리랑카에서 온 황금불상 프라 방을 기려 루앙푸라방으로 이름이 지어졌다. 1563년 비엔티안으로 왕궁이 옮겨갔지만 수십 개의 사찰이 도심지에 남아있는 사찰의 도시다. 그래서 도시 자체가 세계문화유산지역으로 지정됐다.

탁발은 동남아 대부분의 소승불교지역에서 행해지고 있는 의식인데 루앙푸라방이 가장 활발하다고 한다. 이른 새벽 온 거리가 탁발 구경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라오스에서는 남자라면 수도승을 거쳐 사원에 머물며 불교 경전을 공부해야 한다. 사원은 일종의 학교 역할도 한다. 그래서 라오스의 사원에 가면 어린이와 청소년 수행자가 많다.
탁발의식은 무소유의 실천, 평등심의 함양으로 모든 보시를 차별 없이 받아들이는 자세다. 또한 보시와 공덕의 상호관계 수립으로 수행자와 재가자가 법을 통해 연결된다는 뜻으로 나눔의 지혜가 있다. 탁발 참여자들은 상인들에게 갓 지은 찹쌀밥 ‘카오냐오’가 들어있는 대나무 밥통 ‘팁카오’와 과자 등을 사서 정해진 구역에 앉아 기다린다. 날이 서서히 밝아지며 사찰 주변의 골목마다 탁발의식이 시작된다.
한 가족 탁발의식 보며 진한 감동
짧은 시간의 탁발의식이 끝나고 순식간에 사람들이 밀물처럼 빠져나간다. 거리는 금방 한산해지고 일사불란하게 의자 등이 정리되며 아침의 퍼포먼스가 끝이 난다. 그런 가운데 아이와 같이 온 일본인 한 가족이 텅 빈 거리에서 무릎을 꿇고 찹쌀밥을 손으로 조무락거리고 있다. 탁발의식이 이미 끝난 상황인데 아무도 없는 거리에서 그들만이 조용히 속삭이며 고개를 돌려 먼발치를 연신 쳐다본다. 아이는 가끔 일어나 목을 길게 빼고 먼 골목길을 쳐다보다 길가의 개에게 말을 걸어 보기도 한다. 늦게 의식에 참석한 사람들이다.

길거리 개들만 그들에게 관심을 가질 뿐 거리는 아무도 없다. 그들의 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찡하다. 다정한 한 가족의 진지한 의식이다. 감동적인 영화를 볼 때처럼 그들의 모습을 보며 속으로 눈물이 돈다. 그러기를 십 분 정도 지났을까. 골목길에서 한 수행자가 어린 수행자 몇 명을 데리고 나타나 그들에게 마지막 탁발을 마친다. 마음속 기다림의 기적이다. 기다림은 이뤄진다. 뒤떨어진 깨우침을 끝까지 구도하고 나누려는 탁발의 지혜를 보는 것 같다. 그 아이는 이 여행에서 무언가를 얻었겠지. 아침을 먹고 꽝시폭포로 이동하는데 그 감동의 여운이 하루를 꽉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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